소개

 


 서로 다른 문화적 관점을 가진, 한국의 미술가 연기백 ( >< ) 과 영국인 영화감독 보리스 스타우트 ( ▲ ) 는
서울의 교남동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런던 시 웨스트민스터의 처치스트릿에서 다시 마주하였다.
처치스트릿의 빈 주택 블록에 접근할 수 있었던 >< 와 ▲는,  이 곳의 사람과 시간과 장소를 탐구하고, 이주와 짓기의 과정에서 간과 된 이야기들을 살피는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교남동의 또 다른 목격자들 ( ○ ) 과 그 시간을 함께 한다.



  교남동은 오랜 기간 18세기송방, 개화기 외국인 소유의 주택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주택, 도시 한옥 그리고 전후 복구 된 개량한옥, 부흥주택, 희망주택 형식 등의 다양한 주거 공간과 건물들이 중첩되어 존재하던 서울의 사대문 밖의 마을이다.

 
  건물의 성격 만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던 곳이자 근대기의 짓기와 이주의 시간들이 누적된 교남동의 공간과 시간들은 어느 날 사라질 상황에 놓여 졌었고, 여타 재개발 지역의 순간과 같이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몇몇 이들은( ○ ) 주위를 맴돌며 셔터를 누르고 기록하고, 수집하였다. 그런 일에 동참한 이 중에 한 사람이었던, 미술가 ( >< )는 외국인 다큐멘터리 감독 ( ▲ )을 서울 교남동에서 우연히 만났다.

  당시에,  ▲ 는 외국인 신분을 숨기기 위해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배회하고 있었고, >< 는 주택 내부의 벽지를  수집하고 낙서들을 사진 찍기 위해 배회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몇 번을 우연히 마주치다, 마지막까지 이주하지 않고 살던  할머니를 매개로 그들은 길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가끔 재래 시장 근처에서 밥을 먹으며 관계를 느슨하게 이어갔다. 미술관이나 관계자가 연결해 준 것이 아닌 그저 대규모 이주와 상실의 상황을 보며, 각자의 문제 의식을 가지고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를 가진 타자가 우연히 서로 마주했다. 서로의 직업이나 신분도 모르 그저 낯선 타자와의 마주침은 그 어수선하고   불안정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처치스트릿과 블랙워터 하우스(Church St. & Blackwater house)를 살피는 또 하나의 프로젝트에서는  장소와 입장이 바뀌었다. 대영제국의 번영을 누리며 산업화를 이끌던, 영국 런던 중심의 웨스트민스터 지역에 60년대 노동자들을 위해 지어졌던 주상복합 임대 아파트인 블랙워터, 재개발을 앞두고 이주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 이 장소는, ▲ 에게 익숙한 문화권이고, 한국의 미술가  >< 에게는 낯선 문화권의 장소가 된다. 그리고 ▲ 는 현지인이고   ><  는 외국인 신분이 된다. 어쩌면 이 서로  다른 두 상황에서, 서로 어떤 질문을 주고받고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갈지 살피는 일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목하는 부분이다.

  계획 단계에서 ▲ 는 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이유는 ▲ 에게 이 곳은 익숙한 이고,   >< 에게 있어서는 아직 직접 경험하지 못한 곳이기에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벌어지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 의 일을 목격하고 ▲ 의 길을 잠시 따라 걸으며, 블랙워터라는 장소와 공간에 다가서고, 또 낯선 문화를 대면하고자 했다. 또 그 문화권에 익숙한 ▲ 의 실체를 가까이 마주하며, 그 곳의 문화와 공동체가 바라보는 이주와 짓기의 관점을 목격하고 그 사이에 일어나는 작용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자 했다. 

   >< 은 공간 곳곳을 살피며 도배지를 수집하고, 그 안에 삶의 흔적들에서  >< 에게 익숙한 것들, 그것은 보다 원시적인 것일 수도, 생존과 생활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을 무엇을 수집하고 살피는 일을 하였다. 이는 현대 사회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한 바깥 (즉, 숨겨진 역사)를 바라보기 위한 일이라 여기며, 블랙 워터나 비어진 공간에서 사물들을 수집하고 또 들고 나는 일을 최소화하며 그 안에 있는 것들, 주어진 것들로 임시 작업실과 거처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기생하는 작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대화들과 질문들을 기다렸다.

  ▲ 는 빈 주거공간(flat) 들에 남겨진 거주자들의 흔적들을 사진과 영상, 소리로 기록하며 더불어 젊은 학생들의 기록을 독려하며 그들의 기록을 수집하고 있다. 공동체에 대한 낭만적 향수와 그가 믿고 있는 ‘어리석음에 대한 경계’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하여 그는 셔터를 눌렀고 또 그가 모집한 지역 학생들의 사진을 기록하고자 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 의 또 하나의 설정은 개입이다. 빈 상점에 낯설게 교남동에서 수집하고 떼어내고 분리한 도배지 레이어를 설치한 작업과 교남동의 재개발 과정의 사진들 그리고 김태용 소설가와   >< 가 서로 서울과 런던 다른 두 장소에서 찍은 이미지를 주고받으며 온라인 채팅( □ ) 이미지들을 상점 쇼 윈도우에 보여지며 다른 문화권에 낯설게 제시하는 일이다.

  이 통해 그들과 소통을 시작해보고자 했다. 이러한 작용은 주민들, 지역 상인들, 처치스트릿을 지나는 행인들과 그리고 ▲의 사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역 학생들과 무언가를 주고받기를 기대했지만, 협업 기관장소 지원이 약속한 일정보다 보안과 안전의 이유로 또 무책임하게 상당 기간 지연시키면서 그들과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했고, 최초 약속 되었던 블랙워터공간이 아닌, 재개발과 상관없는 거리가 떨어진 빈 상점에서 짧은 기간 진행하게 되면서 소수의 거리에 오가이들과 잠시 접촉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은   ><  와  ▲ 의 관계를 각자의 관점과 상상의 차이를 더욱 부각 시키면서 삐꺼덕 거리게 하였고, 이런 불편함을 안고  >< 는 서울에 돌아와 교남동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 교남동 철거와 이주, 그리고 짓기의 현장을 비슷한 시간대에 목격한 이( ○ ) 을 만나고 지금은 사라진 교남동을 다시 더듬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 는 그 이미지와 상상으로 현지 학생들과 사진, 영상 기록 작업을 내년 초까지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다행히 처음부터 진행형으로 계획되었기에 열려 다. 현지의 기관들과 지속적인 삐걱거림으로 초기 ▲ 의 도움으로 짧은 기간의 부족한 조건을 어느 정도 매울 수 있을 거라 여겼던 일은 기대에 못 미쳤고>< 다소 그 시간들을 표면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상황으로 인해, >< 는 길에서 마주쳤던 외국인 ▲ 의 의지와 욕망과 ▲ 가 살았던 런던 도시 바깥 이야기를 보다 가까이 직면할 수 있었다.

  이 일은 블랙워터와 Site A 지역의 모든 재개발이 끝날 때까지 꽤 긴 시간이 남아 있기에, 이주와 짓기에서 간과하는 지점들에 대해 두 실제 장소를 두고 근대의 시간들과 연관하여 주변화 된 사건과 이야기들을 살피고자   >< 는 ▲ 와 프로젝트 초기보다좀 더 거리를 두고 또 다른 이들과 함께 살피고자 한다.

 (글: 연기백)


 

 

프로젝트 참여자

김태용

소설가,
온라인 퍼포먼스

보리스 스타우트
(▲)

영화감독

연기백

( ><

미술가, 프로젝트 기획

홍경한

비평

Seema Manchanda

협력 큐레이터

김정민

(○-김)

지역사회 활동가

로버트 파우저

(○-R)

교육자, 사진작가

조정구

(○-)

건축가

아네스 박

디자이너, 도록 디자인

김지환

영화감독, 촬영 및 편집

11월의
주황지평선

독립출판사,
홈페이지 디자인


강민수

미술가, 홈페이지 디자인 및 제작

데비 김

번역